빙상연맹... 고의충돌 의혹 3개월 전 알고도…늑장조사 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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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연맹... 고의충돌 의혹 3개월 전 알고도…늑장조사 잘 될까
  • 권수연 기자
  • 승인 2021.10.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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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심석희 선수 관련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0.12/뉴스1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동료 선수 비하와 고의 충돌 의혹에 휩싸인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4·서울시청)가 경기장 라커룸에서 도청을 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3개월 전 해당 의혹을 접하고도 이를 뭉갰던 대한체육회와 대한빙상경기연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앞서 의혹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심석희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감된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였는데, 빙상연맹 측은 성범죄 피의자의 주장 만을 가지고 연맹 차원의 적극적인 조사가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승부조작 의혹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에 대해 사실 확인 작업조차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빙상연맹과 체육회의 늑장 조사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다.

1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체육회와 빙상연맹은 2평창 올림픽 당시 심석희가 대표팀 A코치와 부적절한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을 알고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 코치는 지난7~8월 빙상연맹과 체육회에 심석희의 고의 충돌 의혹 등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심석희가 대표팀 동료인 최민정(성남시청), 김아랑(고양시청) 등을 비하하고 올림픽 기간 고의 충돌을 예고하는 듯한 내용이 담긴 메시지도 첨부됐다.

조 전 코치는 재판 중 방어권 차원에서 받은 심석희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심석희의 이성교제 등 사생활적인 부분까지 담아 관련자 조사 및 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진정서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체육회 역시 국가대표 선수를 관장하는 연맹이 담당할 사안이라고 조 전 코치 측에 회신했다. 상급단체인 체육회는 연맹에 추가적인 조사 지시 등도 내리지 않았다.

빙상연맹 측은 성범죄 피의자가 주장하는 내용 만을 믿고 개입하기가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연맹 관계자는 "조 전 코치 측이 보낸 자료의 신빙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연맹이 개입하거나 징계를 내리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1-2022 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1차 선발대회 여자부 1000m 결승에서 레이스 중인 심석희(흰)와 최민정(파랑). 2021.5.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진짜 문제는 진정서에 담긴 내용의 사실 확인 작업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고의 충돌 의혹 등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사생활 역시 대표팀 경기력이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했다. 연맹 관계자는 "진정서 내용에 대한 진위 확인 작업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의혹이 최근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빙상연맹은 체육회와 조사위원회를 꾸려 고의 충돌 여부 등을 살피겠다고 했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도 고의 충돌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심석희와 A코치가 나눈) 대화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고 회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찌감치 내용을 인지하고도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벗어나긴 힘들다. 빙상연맹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다방면의 전문가로 조사위를 꾸리겠다는 입장이나 조사 개시 시점 등은 내부적으로 정리가 안 된 모양새다.

심석희가 평창 올림픽 여자 1000m 경기를 앞두고 A코치와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여자 브래드버리를 만들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호주 출신의 스티븐 브래드버리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선두 그룹에 크게 뒤처져 달리다가 앞서가던 선수들이 한 번에 엉켜 넘어지는 바람에 금메달을 딴 선수다.

심석희는 이런 대화를 나눈 후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최민정과 부딪히며 넘어졌다. 심석희는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됐고 최민정은 4위로 밀렸다. 심석희가 최민정이 아닌 브래드버리처럼 어부지리로 우승하는 선수를 만들자고 모의했을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인데, 이후 A코치는 심석희에게 "그래도 후련하겠다. 최고였어"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심석희는 웃음으로 답했다.

아울러 심석희가 평창 올림픽 기간 팀 동료들을 도청했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따르면 심석희는 최민정, 김아랑과 함께 여자 1000m 예선을 통과한 직후 라커룸에 있으면서 A코치와 문제의 대화를 나눴다.

A코치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은 심석희는 "최민정이 감독한테 뭐라고 지껄이나 들으려고 라커룸에 있다. 녹음해야지"라고 답했다. 당시 3000m 계주 결승을 앞두고 있었던 심석희는 A코치에게 여자 계주 순번이 어떻게 쓰여 있냐고 물었다. 순번은 없었다는 답에 심석희는 "휴대폰 녹음기 켜놓고 라커룸에 둘 거니까 말조심하고 문자로 하자"고 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열린 2021-2022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1차 선발대회 당시 심석희. © News1 이성철 기자

 

 


1000m 결승과 관련해 상대 경기 운영 전략을 파악하기 위해 도청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심석희가 녹취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메신저상 대화 내용을 살펴볼 때 심석희가 녹음하겠다는 말을 반복했고, A코치 역시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제 녹음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에 대해서도 빙상연맹 측은 "보도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이다. 이 역시 조사위에서 사실 관계 등을 확인해야 할 사항"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한편 심석희는 고의 충돌 의혹이 커지자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일부러 넘어지거나 다른 선수를 넘어뜨려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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