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인생과 낭만가객, 그 차이와 인식 [박창욱의 텐.퍼.취.미](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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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인생과 낭만가객, 그 차이와 인식 [박창욱의 텐.퍼.취.미](55)
  • 뉴스앤잡
  • 승인 2021.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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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치열해야 하는 이유, 낭만을 위하여

TV를 보다가 재미있는 주제를 다루는 프로가 눈에 띄었다. MBN의 ‘혼밥인생’이란 프로였다. 제목만으로도 뭔가 사연이나 스토리가 많을 것으로 보였다. 잠시 보다 보니 혼자 밥 먹는 이유들이 짠하다. 프로그램 소개에서는 소소하지만 특별한 인생 이야기라고 한다.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어쩔 수 없이 혼자 먹는 경우가 많았다. 혼자 밥은 먹지만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아가는 듯했다.

1인 가구가 600만이나 되는 시대이다. 아직도 우리의 습관적으로 밥은 누군가와 같이 먹는 것으로 인식하는 편이다. 그러니 혼자 밥 먹는 것은 특이하고 약간은 청승스러운 일로 보는 것 같다. 그런 해석이 되어야 저런 프로그램이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진행자가 낭만 가객(歌客)이라는 최백호 씨이다. 뭔가 어색하고 불편한 사람의 이야기를 낭만의 대명사격 가수가 진행을 한다. 헷갈린다. 슬픔을 비유하는 혼밥, 여유를 생각하는 낭만의 미스매치로 눈을 끌려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낭만이라는 것이 원래 외롭고 처절한 곳에서 나오는 것일까? 가사를 한 번 읊어 보았다.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별생각 없이 부르던 노래였는데, 지금 보니 슬펐다. 뒷부분도 보니 뭔가 휑하는 기분이었다.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곳에 대하여”

대학가의 낭만에 대하여…

한때 ‘대학은 낭만이다’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대학은 취업난에 치여 낭만을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여유가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제 60대 초반으로 1978년에 대학생활을 시작한 필자의 입장에서 한 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1980년대는 대한민국이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일자리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졸업하고 취업한 이후에는 전혀 그렇질 않았다. 업무로, 경쟁으로, 뒤늦은 외국어 공부로, 집하나 장만하느라고 정말 정신없이 살았다. 요즘의 MZ 세대 기준으로는 ‘지옥’같은 생활이었다. 조금 허리를 펴려고 하니 IMF 외환위기가 닥쳐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었다. 당시 40대로 접어들었던 필자 세대는 가족 구성이 완성된 상태에서 맞은 일자리 지옥이었다.

대학시절도 녹록하지 않았다. 1980년 당시 우리나라 1인당 GDP가 채 5천 불이 안 되었던 시절로 지금의 베트남 수준이었다. 대학생활 여유 있게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대학생활의 절반은 계엄령으로 문을 닫았고, 학교는 유신조치로 인해 축제 같은 것도 해보질 못했다. 방학이라는 것도 알바의 기억만 남아있고. 그것도 1981년 초 과외금지 조치로 혹독하게 지냈다. 당시엔 제대로 된 알바도 없었으니.

그런데 왜 낭만이라고 지금도 기억하는가? 아마 졸업한 이후의 사회가 필요한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졸업만 하면 되는 줄 알았기에 ‘무모하게 지냈다’ 그나마 신입사원 시절에 치열하게 일했던 것으로 40년 직장 생활하고, 프리랜서로서 살아가기도 한다. 회사의 실무는 초기 5년 동안에 거의 다 배웠다. 그런 의미라면 지금 대학생 때 취업을 위해 사회생활이나 직무와 영어 등 외국어 공부도 미리 해두는 게 천만다행 아닐까? 언젠가는 해야 될 것이니까.

혼자의 외로움이 진정한 낭만일지도…

요즘은 코로나로 뜸한 편이지만 필자도 자주 혼밥을 한다. 10년 전에는 거의 매일, 요즘은 일주일에 한두 번은 강의로 전국을 쏘다니기 때문이다. KTX를 타거나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혼자서 끼니 때우는 것은 그나마 흔한 경우이다. 조금 일정이 빡빡하거나 교통 편이 여의치 않은 지방을 찾는 경우는 밤늦은 시간에 숙소에 도착하면 근처 식당을 찾는다. 내일 일정을 위해 푹 자고 싶어 약간의 반주도 곁들일 집을 찾는다. 특산물이 있는 지역이라면 조금 구체적이 된다. 통영이나 여수, 목포 등에 가면 회 한 접시를 곁들이는 경우이다. 식당보다는 포장마차나 지역 특색이 있는 선술집에 들어가기도 한다. 산속에 있는 리조트 지역에 가면 대체로 한우나 특별식을 찾는다. 늦은 시간에 밥만 한 그릇 달라고 하기도 주인에게 미안해 조금 억지스럽게 반주를 곁들인다. 강의나 이동 시간의 공백이 있으면 혼자서 영화를 보기도 한다. 혼자서 치맥도 한다. 열심히 강의한 후에 목도 마르고 시장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혼밥, 혼술, 혼영(?), 혼치(?)는 여유를 넘어 낭만도 느껴진다. 숨 가빴던 지난 시간과 다음에 가야 할 곳,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치열함이라 하고 싶다.

그래서, 낭만은 여유가 아니라 낭만은 치열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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