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니버스의 아버지가 말하는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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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니버스의 아버지가 말하는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 뉴스앤잡
  • 승인 2019.09.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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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투니버스 신동식 PD
  • 아버지, 무디(무책임 PD), 목소리의 지휘자 등 CJ ENM 투니버스 신동식 PD는 수식어가 많다. 그만큼 투니버스를 비롯해 국내 애니메이션 방송계에서는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 그런 그가 애니메이션 <벅스봇 이그니션>을 들고 오랜만에 시청자 앞에 섰다. 사뭇 긴장된다는 말도 잠시, 인터뷰 내내 작품과 더불어 애니메이션 산업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콘텐츠 만드는 게 좋아 시작한 게 무려 2,000편!

▲ 투니버스의 아버지, 무디, 목소리의 지휘자라 불리는 투니버스 신동식 PD

 

<카우보이 비밥> <달빛천사> <더 파이팅> <하얀 마음 백구> 등의 더빙 연출을 맡았죠.

 

그동안 투니버스에서 방송된 다수의 애니메이션 중 신동식 PD의 손을 거쳐 간 작품을 거론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다. 그 수만 어림잡아도 2,000편이 넘는다. 더빙 PD로서 창작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일본 등 해외 애니메이션 현지화 작업을 맡아 진행했던 베테랑 중의 베테랑. 하지만 1996년 투니버스로 이직했을 때는 고민이 많았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덕후까지는 아니었기 때문. 다행인지 처음에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맡았다. 나름대로 좋은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애니메이션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편집 지원 때문에 접한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붉은광탄 질리온> <웨딩피치>를 본 후 더빙 연출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 그때부터 본격적인 활약이 시작되었다.

그는 좋은 작품을 많이 했던 이유가 ‘운’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했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시도를 해왔던 그만의 노력이 담겨있었다. <카우보이 비밥>때는 한 성우가 여러 캐릭터의 목소리를 냈던 시스템을 과감히 탈피, 분량에 상관없이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매주 그에 걸맞은 성우를 캐스팅했고, <몬스터> 때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74화에 147명의 성우를 기용하기도 했다. <하얀 마음 백구> 때는 처음으로 개인별 녹음을 시도했다. 그에게 콘텐츠마다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곧 일의 동력이나 마찬가지였던 셈.

이 밖에도 <빨간 모자의 진실> <디 워> 등 극장판 더빙 연출, <달빛천사> <쾌걸 근육맨 2세> 등 140곡 이상의 주제가를 작사 및 개사했으며, 애니메이션 더빙 목소리 출연도 하는 등 더빙 PD의 영역을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하며, 숨겨왔던 자신의 역량을 표출했다.

 

<벅스봇 이그니션>, 곤충 배틀 애니메이션의 탄생!

▲ "나와 한판 붙자!" <벅스봇 이그니션> 포스터 2종

 

지난 9일(화) 오후 8시, 신동식 PD는 오랜만에 긴장감을 느끼며 TV를 시청했다. 바로 <벅스봇 이그니션>의 첫 방영 날이었기 때문. 이 작품은 숲을 치료하려는 ‘장수풍뎅이족’과 불태우려는 ‘사슴벌레족’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인간들과 계약을 맺고 배틀을 펼치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곤충 배틀 애니메이션이다. <은혼>(2008) 이후 실로 오랜만에 직접 그의 손을 거쳐 완성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감회가 새로웠다고.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실무와 잠시 이별을 고했던 그는 GM(총책임), 사업본부 본부장을 맡으며 앞으로 투니버스가 나아갈 길을 고민하고 영역을 확장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안녕, 자두야> <와라 편의점> 등 원작을 기반으로 한 제작 애니메이션을 거쳐, 자체 기획•제작에 공을 들인 <파파독> <신비아파트> 시리즈, 유아 타깃으로 기획•제작한 <레인보우 루비> <로봇 트레인> 시리즈 등이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콘텐츠를 활용한 사업 활성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콘텐츠 판권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보여줬지만, 완구 등 부가 사업 확장에서는 발전 속도가 더뎠기 때문. 이런 상황 속에서 2016년에 운명과도 같은 <벅스봇 이그니션> 사업 투자 건을 받았다.

 

 

당시 <신비아파트>로 자체 기획 콘텐츠의 힘을 발휘하던 상황이었지만, 완구를 메인으로 하는 IP에 대한 목마름이 여전하던 시기였다. 그때 접한 <벅스봇 이그니션>은 완구성이 뛰어나면서 투니버스 타겟에 어울리는 콘텐츠라고 생각했기에 관심이 집중된 것. 이후 완구사인 ‘데이비드 토이’ 대표, <신비아파트> 제작을 맡았던 ‘칵테일 미디어’ 대표와 함께 제작 본격화를 위한 사전 작업을 시작했고, 원활한 IP 사업을 하기 위한 협업 체계를 공고히 했다.

2018년 현업 복귀 후 <벅스봇 이그니션>의 총괄 기획을 맡은 신동식 PD는 우선 전체 스토리 진행을 개발 초기보다 압축하여 빠른 전개를 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각 캐릭터의 특성 강화, 배틀 진행 시 용어 정리 등 그 동안 노하우를 기반으로 세공에 들어갔다.

이번 작품은 완구 기획 > 캐릭터 및 세계관 설정 > 시나리오 작성 > 메인 작업 > 성우 매칭 및 녹음 > 음악&효과 선정 및 믹싱 > 애니메이션 완성의 순으로 진행했다. 신동식 PD는 총괄 기획자로 이 모든 단계에 관여하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 이게 바로 벅스봇 라인업입니다.

 

일단 <벅스봇 이그니션>은 배틀물 장르로 구분되는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기기 위해 대전을 벌이는 여타 배틀물과 달리, 초반에 환경 보호의 중요성, 다양한 곤충을 살리기 위한다는 분명한 목적을 초반 스토리에 녹여냈다. 더불어 듀얼(배틀), 에코라(에너지), 벅스봇, 벅스 버디 등 새로운 단어를 삽입하면서 차별화를 내세웠다.

신동식 PD는 시나리오 작업을 마친 후 성우를 매칭하고 더빙 연출도 맡았다. 성우 선정은 평소 연출 지론인 ‘신구의 조화’를 추구해, 오랜 만의 복귀임에도 주인공에 그 동안 협업해보지 않은 신인 성우들을 섭외했다. 반대로 벅스봇 성우들은 유사한 배틀물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중견 성우들을 섭외했다. 그는 오랜만에 녹음실에서 느낄 수 있는 ‘입맛’을 확인하며 신선한 재미를 얻었다며 그날의 기억을 소환했다.

 

핵심 IP 확보를 통한 글로벌 시장에 도전!

투니버스에서 <벅스봇 이그니션>에 대한 기대는 크다. <신비아파트> 시리즈가 미디어 콘텐츠로서의 한 축을 담당한다면, <벅스봇 이그니션>은 본격적으로 MD(기획상품) 사업 확장을 꾀할 예정이다. 특히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이 방영전임에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주요 벅스봇 캐릭터인 카로스, 무타 등의 완구 판매 수량이 급증하고 있다.

 

▲ (왼쪽부터) 카로스(좌) VS 무타(우), 강력한 뿔파워로 승부를 뒤집어라~~

 

이는 7세 이상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배틀물 변신 로봇 기획, 여기에 키즈 크리에이터 ‘허팝’을 통한 온라인 마케팅 등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걸 방증한다. 카로스, 무타를 비롯해 10가지 벅스봇이 등장할 예정이라 회차가 거듭될수록 완구 판매량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벅스봇 이그니션>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와 완구 그리고 게임까지 연동시키는 걸 추진 중이라고 신동식 PD는 밝혔다. <신비아파트> 시리즈도 모바일게임 ‘신비아파트 고스트헌터’를 출시(2019년 6월 기준 구글 플레이와 앱스토어 누적 다운로드 300만 건을 기록)하며 초등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사례가 있는 만큼, 애니메이션의 흥행이 곧 게임의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이 세워질 정도. 배틀물이라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의 최적화된 콘텐츠라 말할 수 있다. 현재 부스팅 단계라 말하는 그는 일단 애니메이션과 완구가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기를 바라고 있다.

다음 스텝은 글로벌 시장이다. 방영 초기인 현시점에서 글로벌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건 아니다. 그는 일단 국내 시장 성적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30분 분량의 매력적인 배틀물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방영되고 20개 이상의 SKU(품목) 완구가 미리 기획 준비 중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했다. 언제든 글로벌에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스탠스를 갖췄다는 게 큰 의의라고. 글로벌 시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 <벅스봇 이그니션>이 큰 인기를 얻어야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일을 향한 열정을 분출 중인 신동식 PD는 투니버스에서 일한 지 23년 차에 접어들었다. ‘투니버스의 살아있는 정년’이라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대외적으로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고, 사내에서는 고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CJ ENM PD 중 제가 가장 나이가 많을 것 같은데, 이 나이에 PD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해요. 매번 고민하고 노력해서 좋은 콘텐츠로 보답하겠습니다.

 

 

최근 신동식 PD는 VOD로 예전 명작 애니메이션들을 다시 정주행 하고 있다. 그는 너무 좋다며, 작품의 매력을 새롭게 곱씹는 과정이 즐겁다 한다. 과거 더빙 PD 시절, 일로서 애니메이션을 챙겨봤다면, 이젠 진정으로 즐기며 본다고. 변화된 모습을 발견하며 행복함을 느끼는 그 마음을 담아 국내 애니메이션 사업의 부흥에 좋은 에너지를 전하길 바란다.


*출처: CJ커뮤니케이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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