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슬로우 슬로우 퀵 퀵’, 비장한 춤사위 [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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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슬로우 슬로우 퀵 퀵’, 비장한 춤사위 [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45)
  • 뉴스앤잡
  • 승인 2021.05.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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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현장, 업무를 나누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나가다

최근의 미얀마 상황이 걱정되어 전화를 하니 되레, “전무님은 그동안 별일 없으셨지요?”라며 말문을 꺼낸다. 듣고 보니 한판의 춤사위를 보는 듯하다. 위기라는 파트너를 데리고 ‘슬로우 슬로우 퀵 퀵!’ 강약(强弱)과 완급(緩急)을 조절하며 겪은 성장통이었다. 입사 1년차밖에 안된 20대 후반의 한국 청년이 겪은 엄청난 소용돌이의 종합 메타포(metaphor)이다.

금년 1월말에 외신을 긴급히 날아온 미얀마 군부 쿠데타 소식은 우리 사무실을 최고의 긴장으로 몰아 넣었다. 지금 연수중인 인원의 취업 걱정, 진작에 취업해 일하고 있는 100여명의 졸업생의 안전 걱정. 미얀마 경제활동에서 비중이 크고 취업 일자리가 제일 많은 섬유, 봉제 분야의 산업 동향이 걱정되었다. 5월이 되며 졸업생 한명 한명을 짚어가다가 오늘 스토리의 주인공인 서종우 대리(가명)에서 멈췄다. 서대리는 미얀마 양곤의 북부지역인 밍글라돈 지역에 자리잡은 한국의 봉제업체인 ‘KNS(가명)’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여느 기업같이 글로벌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제조하는 곳이다. 지난 2017년 8월에 연수과정에 들어와 다음 해 6월에 지금 회사에 취업하였다. 1년반이 지난 2020년 벽두부터 끝모를 위기에 맞딱뜨렸다. 본인은 많이 호전되었다며 애써 필자를 위로하였다.

미얀마 취업 3년, 평생하지 못할 새로운 경험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의 확대, 군사 정변으로 두 번의 곡절을 겪게 된다. 물류∙통관∙금융 등 국가 시스템 불안정과 이로 인한 수주 절벽, 상사 공백의 업무 공백 그리고 미얀마 직원들의 동요와 정치 활동 영향 등이 산더미 같은 파도와 같이 휘몰아쳤다. 이는 미얀마 전통 물축제인 ‘띤잔’의 휴무일을 맞아 직속 상사(上司)인 과장이 한국으로 휴가를 떠난 이후 거짓말같이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며 항공편이 단절되고, 미얀마로 복귀를 할 수 없어지며 회사의 많은 업무들이 정대리의 몫으로 쏟아진 것이었다. 본인도 입사한 지 불과 2년이 안되었고 과장의 업무는 제대로 설명조차 들을 수 없었다. 거기다가 금년 초에는 군사 정변까지 더해지는 위기가 이어진 것이다. 다 듣고난 결과적인 이야기이지만 모든 위기를 몇 조각, 몇 단계로 분리하여 나누어 대응하는 지혜에서 나온 것이었다. 정리를 해본다.

첫째, 직속 상사의 업무와 본인의 업무를 나누며 재조정해 나갔다. 한국인 직원은 기술직을 제외하고는 사장, 과장 그리고 본인 밖에 없었다. 졸지에 업무를 지시하던 직속 상사가 공백이 된 것이다. 본인이 담당하던 오더관리 업무에 과장이 담당하던 수출입과 경리회계업무가 문제였다. 통합하여 하나하나 나누어서 매일 분석하며 모르는 것은 한국의 과장과 통화로 정리를 했다. 상당 부분은 현지인 매니저에게 교육하고 위임하였다. 중요 업무는 순서를 정해 하나하나 처리해 나갔다. 그리고, 해결되지 않는 것은 사장께 보고하며 해결해 나갔다. 이런 방식으로 매일매일 점검을 해 나가니 스스로의 업무과중에서 벗어나며 6개월 정도 지나며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정대리가 과장급 업무까지 2인의 업무를 해내개 되었으며 것이다. 미얀마 직원들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리더십도 생기게 된 것이다.

둘째, 국경봉쇄로 인한 자재가 수급과 완성품 수출의 문제를 태국 국경무역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특히 바이어들의 오더에 대한 확인이 부쩍 늘어나며 오더는 줄이고 신규 오더는 취소가 되었다. 거기다가 미얀마 정부의 방역지침으로 공장을 문을 닫는 조치까지 나왔다. 다시 정상 가동으로 회복되니 수출입 사무실이 문들 닫아 물류대란이 시작되었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항공편을 이용하면 적자가 뻔해 보였다. 다행히 물류업체들과 머리를 맞대며 태국 국경무역으로 내보내어 컨테이너로 실어내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바이어들과 이 대안으로 납기를 의논하기 모두 연장 조정을 해주었다. 추가 비용 일부는 벤더와 바이어가 분담해주는 고마운 일까지 생겼다. 이 일들이 주위에 알려지고 코로나 위기에도 공장을 정상 가동한다는 소문이 돌아 비수기의 최대 고민거리인 수주 절벽 문제가 해결되었다. 주변의 회사들이 가지고 있던 오더가 KNS로 이전되는 행운 아닌 행운을 맞았다.

그런데, 이 상황이 금년 2월 1일 새벽에 일어난 군사정변으로 인해 비정상화로 원위치가 되었다. 수주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자재 확보를 위한 수입, 만든 제품 수출을 위한 수출 통관에 문제가 다시 생긴 것이다. 현지인 매니저를 아예 해당 관공서로 출근시켜 상주하게 하며 수시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챙겨 나갔다. 바이어에게도 실시간 정보를 보내고 신뢰를 쌓으며 일정을 조정하는 양해를 받았다. 인근 한국 업체에게 조언도 해주는 수준이 되었다

셋째, 미얀마 현지 직원 관리를 과감한 위임과 확인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군사정변 직후 현지 직원의 동요 가능성이 큰 걱정이 되었다. 꾸준한 오더 관리로 일감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군사정변 후에 금융시스템 문제가 생겼지만 급여를 제때 지급하는 일에 집중했다. 시위에 참여하려는 인원이 문제였다.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시위 참여를 문제삼지는 않았지만 ‘무노동무임금’ 원칙만큼은 철저하게 지켰다. 시위가 시작된 날부터 이틀 정도 인원이 늘어나다가 그 이후부터는 시위가 격화되더라도 일상 상황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대학생들이 중심으로 한 시민운동에 일반 시민이나 공무원까지 가담하며 사회 인프라가 마비되어가고 있었지만 KNS사는 안정적으로 가동되며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넷째 마지막은 서대리 본인이 위기로 네트웍과 과감한 스트레스 관리로 돌파해 나갔다. 개인적인 커리어와 미래에 대한 회의가 크게 몰아쳐 왔다. 다행히 GYBM 동기나 선후배들과 고민을 주고 받으면서 정리되어 나갔다. 돌이켜 보니 혼자하는 고민의 90%는 쓸데 없는 것으로 에너지 소모만 되는 것이었다. 오히려 골프도 배우며 적극적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나갔다. 골프장에서 만나는 분들과 네트워크도 만들고 조언도 받으며 새로운 활력소를 찾게 되었다.

걱정만 했던 나에게 준 울림과 성장

숨가쁘게 들었다. 절벽같은 일과 파트너가 되어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미얀마, 한국 기업, 취업한 직원들의 위기를 말할 때 서대리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 1년 반동안은 매 순간마다의 고통은 말도 못했겠지만 아픈만큼 성장이 컸다는 것은 목소리만으로 충분히 짐작되었다. ‘위기에 기회가 있었다, 업무에는 골든 타임이 중요하며 때에 맞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동남아 특히 미얀마 사람은 어떻다’는 의례적인 말보다 더 큰 울림이 있는 말로 소감을 정리해왔다. 글로 받은 그대로 올린다.

한국의 친구들에게 해 주고싶은 말

“코로나 팬데믹과 군사 정변과 같은 빅 스캔들이 연달아 발생하면 저를 포함한 청년 대부분은 ‘너무나 큰 문제로 나는 해결할 수 없다’라고 지레 겁을 먹습니다. 그러면서 어려운 문제로 한숨만 쉬다가 제풀에 지치게 됩니다. 위기의 연속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을 해결한 것뿐입니다. 어떤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준 것도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집중하며 매일 급변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맞아 떨어진 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한국의 청년들과 차별화된 저의 모습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겸손과 자신감이 묻어 나오는 말이었다.

5년 전, 서대리가 대학 4학년일 때 학교 강의실에서 GYBM 과정 소개 설명회에 앉아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경제학도로 금융분야 취업을 꿈꾸며 많은 금융자격증으로 미래를 준비했던 모습.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선배였던 교수님에게 간청해 설명회를 가지며 단 5명만 그 자리에 참가해 안타까웠다. 그날 그 선배 교수님의 배려로 맺은 서대리와의 인연이 미얀마에서 글로벌청년사업가의 꿈에 도전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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